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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ation #01. 양면적(兩面的) 셔츠

2021. 0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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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옥스퍼드 셔츠를 만드는 브랜드들은 세상에 많습니다. 
그만큼 기본적인 옥스퍼드 셔츠는 활용도가 높고 손이 많이 가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꼭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문제는 잘, 만들어야 했죠. 우리만의 아이덴티티도 당연히 스며들어 있어야겠구요. 
그래야만 오랫동안 사용자에게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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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원단은 가볍지 않은, 접히는 부분이 울퉁불퉁하게 주름이 가는 느낌을 떠올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거칠지는 않아서 데일리로 착용하기 알맞도록 적당한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원단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런 질감을 가진 원단에 우리만의 실루엣과 디자인을 더한다면 재미있겠다.'

그러고 보니 러프사이드가 추구하는 기본적인 방향성과 닮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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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주머니는 일반적인 위치보다 조금 낮게 달려 있습니다. 
눈치를 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희는 다른 아이템들 중에도 비교적 낮은 곳에 주머니나 다른 디테일을 위치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부분이 인상이 가라앉아 보이게 해서 차분한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요? 
즐겨 사용하는 디자인 방식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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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깃)는 조그마한 모양의 변화에도 인상이 달라지는 부위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끝이 너무 길게 내려와 있거나 양옆으로 와이드한 스프레드 칼라의 패턴은 물론 캐릭터가 강하고 멋져 보입니다만, 
반대로 인상이 강하다 보니 우리의 복식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높지 않은 밴드와 칼라의 폭으로 평상시 캐주얼한 착용이 가능하도록 알맞게 사양을 조정했습니다. 
칼라의 끝에는 버튼 다운을 적용하여 활동 시에 가끔 칼라가 뒤집히는 것을 방지하고 달린 단추는 포인트 감을 주어 캐주얼한 느낌을 더욱 살립니다. 

사용된 기본 단추는 셔츠용으로는 두터운 3mm두께의 단추를 사용했습니다.
이 단추는 형태가 투박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자개 소재를 사용하여 고급스러운 느낌도 동시에 줍니다. 

무심하게 올라온 이 자개 단추가 너무 예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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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삼각형 모양으로 생긴 거셋은 본래 양옆 패널의 연결과 튼튼한 보강의 목적을 가지고 생겨난 디테일입니다. 셔츠 이외에도 다양한 의류에서 흔하게 사용이 되고 있죠. 
봉제 기술의 발전으로 각 이음 부분을 보강하기 위하여 고밀도의 지그재그 스티치인 바택이라는 기술이 생겨나는 등, 셔츠에서의 거셋은 그 중요도가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처음 옷을 공부했을 당시에는 이 거셋이 달리는 방식이 오리지널(이전의 방식)인가 아닌가에 집착을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실용적임을 더 중요시하는 디자이너로서, 현재는 더욱더 쉽고 더 단단한 방식이 있다면 그렇게 봉제를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물론 이 부분은 개인적인 차이일 뿐,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님을 밝힙니다.)

거두절미하고 적어도 이 제품에서의 거셋이 가진 의미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의 인간의 꼬리뼈와 같은 흔적기관 중의 하나이며, 장식의 역할로 바라봐 주시면 되겠네요.
다른 제품을 소개할 때도 등장하겠지만 이러한 흔적기관 디테일은 저희 디자인에서 종종 사용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재밋거리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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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루엣적인 부분은 저희가 가장 신경을 쓰고 제작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앞모습을 보면 어깨가 살짝 내려온 직사각형의 느낌으로 보이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착용을 했을 때의 옷은 입체감이 있기 때문에 돌려서 바라본다면, 허리라인은 살짝만 잡아줄 뿐 미세하게 일자에 가깝게 떨어지며 밑단이 넓어지는 모습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과하지가 않죠. 
실제로 밑단이 넓어지는 A라인 형태이지만 밖으로 선이 빠지는 느낌이 아니라 안쪽으로 굽어드는 형태로 실제 착용하셨을 때에는 이 부분이 포인트가 되어서 특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핏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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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에서 등판 요크에 붙어있는 셔링 디테일은 꽤나 남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래의 셔링이란 여성복에 흔히 사용되며, 우아한 느낌을 전달하는 디테일 중 하나인데요. 
초반에 말씀드린 것처럼 이 원단은 울퉁불퉁한 소재감을 가지고 있어서 옷을 제작했을 때 그런 부분을 많이 중화시킬 것이라 상상을 했습니다. 
사진에서처럼 제법 투박한 느낌으로 주름이 잡힌 부분이 마음에 들어 제가 좋아하는 디테일 중 하나입니다.

또한, 셔링은 주름을 만들어 정해진 공간 안에 치수 이상의 분량을 가두는 역할을 하는데, 이로 인하여 신체 활동 반경의 제약이 많이 해소가 된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말로 하지 말고, 그냥 편하다는 얘기가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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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대에는 매년 다양한 실루엣의 셔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요즘엔 90년대의 느낌이 돌아옴에 따라서 풍성한 사이즈감의 의류가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드린 셔츠는 그런 풍성한 사이즈를 가진 오버사이즈 셔츠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클래식한 느낌의 스탠다드 셔츠도 아니지요.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서 그렇다면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나는 셔츠가 아닐까라고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평소에 저는 특유의 반골 기질이 있어서 한가지 현상에 편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성향이 제품을 제작할 때에도 반영이 되는가 봅니다.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시류, 그러나 신기루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지금의 세태를 따르지만 또 저항합니다.

우리의 시대는 고도화되어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단순화된 관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시대를 아우르는 유연함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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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수많이 쏟아지는 셔츠 중에서 우리의 옥스퍼드 셔츠를 정의하자면, 
'각각의 시대에서 영감을 받아 다른 감성을 동시에 가진 현대의 셔츠'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 Director / Juyong : 2size (176cm/72kg)